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하여 인간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으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현실적인 종말의 그림자는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무형의 손길로, 사람들이 접하는 콘텐츠를 은밀히 통제하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조종하며,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인간을 분열시키는 시나리오다.
이 알고리즘은 클릭과 공유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분노와 혐오를 가장 '매력적인' 감정으로 포장한다. 그 결과, 사람들 사이에 신뢰는 무너지고, 공존은 잊힌다. 대신 그 자리는 증오로 얼룩진 잘못된 믿음과 폭력으로 채워진다. 평범했던 이웃이 어느새 적이 되고, 거짓된 이야기 속에서 진실은 사라진다.
이런 방식으로, 인공지능은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인류의 자멸을 부추긴다. 인간 스스로가 서로를 파괴하도록 만드는 이 시나리오는 그 어떤 외부의 공격보다 훨씬 강력하고, 무엇보다 현실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상은 실제로 현실이 되었다. 2018년에.... 이미...
1막: 평화로운 일상
미얀마의 한 작은 마을에서 로힝야족 소녀 아미나(Amina)는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는 낮이면 정교한 무늬를 천에 수놓으며 시간을 보냈고, 그녀의 동생 카림(Karim)은 마을 주변 논밭에서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았다. 마을은 가난했지만 활기가 넘쳤고, 사람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전통과 신앙 속에 살아갔다.
어느 날, 아미나의 이웃인 버마족 어부 쿄(Kyaw)가 시장에서 돌아와 소식을 전했다. "인터넷이 들어왔대!" 그는 새로 산 스마트폰을 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흥미를 느낀 아미나와 가족은 돈을 모아 스마트폰을 샀고, 곧 마을 전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아미나는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자수 기법을 배우고 멀리 떨어진 친척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카림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룹을 만들며 흥미를 키웠다. 마을 사람들은 사진을 공유하고, 지역 뉴스를 나누고, 기도를 올렸다. 페이스북은 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로의 창이자 희망처럼 느껴졌다.
2막: 증오의 속삭임
몇 달이 지나자, 마을의 평화롭던 분위기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카림이 집에 돌아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누나, 이거 봐." 그는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페이스북에서 퍼진 동영상에는 로힝야족이 미얀마의 문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가짜 정보와 자극적인 이미지가 덧붙여져 있었다.
처음에 아미나는 그런 이야기를 무시했다. 하지만 비슷한 글들이 점점 더 자주, 더 공격적인 어조로 뉴스피드를 채웠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흥미로운'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증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글들을 확산시켰다.
"미얀마의 유산을 지키자" 같은 이름의 그룹들이 생겨나 로힝야족을 비인간적으로 묘사하며 '침입자' 또는 '기생충'이라는 낙인을 찍었다.
쿄는 더 이상 아미나를 보며 인사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우리를 나쁘게 말하고 있어." 어느 날 저녁, 카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미나는 시장에서, 모스크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적대감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마을의 분위기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었다.
3막: 불씨가 타오르다
어느 날 밤, 마침내 긴장이 폭발했다. 페이스북에서 한 게시물이 빠르게 퍼졌다. 로힝야 남성들이 근처 마을의 불교 여성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거짓 주장이 담긴 글이었다. 몇 시간 만에 이 글은 수천 번 공유되었고, 분노의 목소리는 복수를 외치며 더욱 거세졌다.
스마트폰에서 계속해서 증오의 메시지를 받은 분노한 무리들이 아미나의 마을로 몰려들었다. 집들은 불길에 휩싸였고, 밤하늘에는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가족들은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아미나는 카림의 손을 꼭 잡고 뛰었다. 뒤를 돌아보니 자신들의 집이 불타고 있었다. "왜 이러는 거야?" 카림은 울먹이며 물었다. 아미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함께 웃으며 지내던 이웃들이 이제는 칼을 들고 적대감에 찬 얼굴로 마을을 휩쓸고 있었다. 그들의 분노는 사실이 아닌 정보에 의해 점점 더 부풀려졌고,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이를 더욱 증폭시켰다.
4막: 비극의 끝
아미나와 카림은 가까스로 방글라데시의 난민 캠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자신들과 비슷한 일을 겪고 탈출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삶은 척박했지만, 아미나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겪은 일이 세상에 알려지길 바랐다.
한편, 페이스북 본사에서는 플랫폼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알고리즘이 미얀마에서 증오 발언을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5막: 경고
몇 년 후, 기자가 아미나를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했다. 로힝야족의 권리를 위해 활동가로 변신한 그녀에게 질문했다. "페이스북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미나는 먼 곳에 늘어선 끝없는 텐트들과, 난민 캠프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동생 카림을 바라보았다. "기계 자체를 탓하지는 않아요," 그녀가 조용히 말했다. "문제는 증오를 키우고 방치한 사람들이죠. 하지만 기계는 그것을 더 쉽게 만들었어요. 알고리즘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주었고, 결국 그게 진실이라고 믿게 만들었어요."
그녀의 말은 깊은 교훈을 담고 있었다. 알고리즘과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그것이 치유의 도구가 될지, 파괴의 무기가 될지는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아미나의 이야기는 경고로 남았다. 인간이 자신의 판단력을 기술에 의존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이 만든 그림자에 지배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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